장르 영화란 구조, 주제, 스타일, 등장인물의 성격, 줄거리 등이 유사하여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영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서부 영화, 공포 영화, 괴수 영화, 코미디 영화, 공상 과학 영화 등이 있다. 장르 영화는 대부분의 관객이 흥미를 느끼고, 또 그들 자신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공포의 무의식과 금지된 욕망을 담고 있다. 이는 장르 영화의 감독들이 관객의 억압된 공포나 욕망을 의도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장르 영화는 약간의 변화만을 줄 뿐 똑같은 기본 이야기가 반복되며, 서로 다른 개인적 욕망 사이의 갈등,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 물질적인 성공과 정신적인 성공 사이의 갈등 등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실생활에서 해결되기 어렵지만 장르 영화 속에서는 흡족하게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장르 영화의 구조는 신화나 민담의 구조와 아주 흡사하다. 신화와 민담은 개인의 꿈을 집단의 꿈으로 변형시켜 보여 주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드러나고 이 문제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신화학자 조셉 켐벨에 의하면, 여러 영웅에 의한 많은 신화적 모험은 시대나 문화만을 달리하여 전개될 뿐, 이야기 구조가 동일하다. 영웅은 특정한 집단을 대표하는 성격을 지니며, 모험이 닥치면 그것이 어떤 종류이든 나가서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속해 있는 사회에서 이탈된다. 다시 말해, 신화 속 영웅은 일련의 시험을 거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지만 그가 속한 사회의 압력에 의해 배척당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구조는 장르 영화의 주인공과 그들의 이야기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야기 구조뿐만 아니라 장르 영화가 제의적(祭儀的)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 역시 신화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단군 신화와 개천절의 관계에서 보듯이 신화는 어떤 제사나 의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관객이 장르 영화를 종교 집회나 스포츠 관람과 같은 사회적·종교적 의식을 수행하듯이 관람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말리노프스키나 레비스트로스 같은 문화 인류학자에 의하면, 제의적 행위란 몇 개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반복성이다. 제의적 행위는 반복되고 축적됨에 따라 힘을 형성하는데 장르 영화 역시 그 축적 과정에서 특유의 ‘정서적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은 장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관객들을 장르 영화 숭배자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신화는 단순하기 때문에 빛과 어둠, 선과 악, 남성과 여성 등의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이러한 이분법은 장르 영화에도 적용되어서, 주인공과 악당이 대립하는 아주 단순한 플롯을 형성한다. 이 밖에도 신화는 숭배자에게 일시적인 심리적·정서적·사회적 평안함을 가져다주고 개인적인 공포나 강박증을 정화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장르 영화 역시 그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장르 영화는 현실 세계에 남겨진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일시적으로 해결한다. 장르 영화는 개인이 갖고 있는 공포의 감정을, 원시 종교의 주술사가 마법을 부려 사람들의 아픔을 그들의 바람대로 치료하듯이 사회의 통념에 귀속시킴으로써 치유한다.
장르 영화가 본질적으로 대중의 기호를 고려하는 영화이며, 똑같은 기본적 패턴을 반복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장르 영화를 신화나 민담의 구조와 비교하여 그 공통점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장르 영화 안에 제의적 성격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5문단에서는 신화의 세계관과 기능에 초점을 맞춰 장르 영화의 치유적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