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판단하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뇌를 가진 사람에 대한 실험 연구를 통해 뇌의 기능을 밝혀내는 결정적 계기를 얻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뇌를 가진 동물들의 뇌의 좌반구는 오른쪽 몸을, 우반구는 왼쪽 몸을 담당한다. 좌우 신체가 대칭적으로 되어 있다면 뇌의 좌우 반구에도 특정한 역할을 하는 부위가 대칭적으로 분포하게 된다. 가령, 오른팔과 오른 다리의 감각과 운동은 좌반구가 담당하고, 왼팔과 왼 다리의 감각과 운동은 우반구가 담당한다. 눈의 경우에는 각 눈의 왼쪽 시야와 오른쪽 시야가 분할되어 있다. 그래서 왼쪽 시야에 있는 물체는 양쪽 눈의 망막 오른쪽에 상이 맺혀 그 상이 오른쪽 반구의 시각 피질로 전달되고, 오른쪽 시야에 있는 물체는 양쪽 눈의 망막 왼쪽에 상이 맺혀 그 상이 왼쪽 반구의 시각 피질로 전달된다. 그런 점에서 좌우 반구는 기능적으로도 대칭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인간의 언어 능력과 논리적 사고는 좌반구에서 담당하고, 공간, 구조, 배열의 파악은 우반구에서 담당한다. 이렇게 뇌의 좌우 반구가 기능적으로 대칭적이지 않은 것을 편측화라고 하며 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에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뇌에서 기능적 전문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좌우 반구를 가로질러 정보가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말을 듣고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말을 하는 것을 모두 같은 반구에서 처리하게 됨으로써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편측화의 이유로 여겨진다.

 

 편측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분리 뇌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큰 도움을 주었다. 분리 뇌 소유자는 발작을 방지하기 위하여 좌우 반구의 피질을 연결하는 부위인 뇌량을 절단하는 처치를 받은 사람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을 통하여 분리 뇌 소유자는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뇌가 작동된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가령, 분리 뇌 소유자의 왼쪽 시야에 물건을 놓아 오른쪽 뇌의 시각 피질이 그 물건을 지각하도록 하고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으면 그 사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분명히 그의 우뇌가 물건을 보았지만 언어를 담당하는 좌뇌는 그 물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으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놀랍게도 좌뇌와 우뇌가 분리된 별개의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정상적인 사람은 좌뇌와 우뇌가 따로따로 인지한 정보를 뇌량을 통하여 주고받음으로써 좌·우뇌는 보고 들어서 인지한 내용을 공유하게 되지만 분리 뇌를 가진 사람은 좌뇌와 우뇌의 피질이 끊어져 있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가 따로 인지한 내용을 서로 공유할 수 없어 정보의 결핍이 발생한다.

 

 뇌 과학자들은 분리 뇌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통하여 인과 관계를 설정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해석기’의 특성을 알게 되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서는 감각기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간뇌의 시상을 거쳐 시각 피질이나 청각 피질과 같은 대뇌 피질의 1차 감각 영역으로 들어와 분석되어 저장되고 그 분석 정보는 좌뇌의 해석기로 전달된다. 해석기는 과거의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화해시켜 설명을 만들어 낸다. 정보 결핍을 겪는 분리 뇌 소유자에 대한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사람의 해석기가 논리적 추론을 철저히 수행하여 판단하기보다는 적은 정보에서 단서를 찾아 신속하게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며 내는 특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가령, A가 출근을 했는데 상사가 A를 보고 얼굴을 찌푸리자 A의 해석기는 어제 낸 보고서 때문에 상사가 A에게 화가 나 있다고 해석한다. 사실은 상사가 갑자기 복통 때문에 얼굴을 찌푸린 것인데 A의 해석기는 어떤 이유로 상사가 얼굴을 찌푸린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신속하게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경험을 인과적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이러한 해석기의 신속한 대응 방식은, 실시간으로 뇌의 활동을 미세하게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뇌의 활동을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재확인되었다.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로서 모든 요인을 숙고하여 합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근대적 관념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신속하기는 하나 부정확한 해석기의 작동이 당혹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급박한 대처가 필요한 생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족한 단서에서도 신속한 대응을 하는 개체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석기의 이러한 특성이 생존에 유리함을 인정할 수 있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적 비대칭을 의미하는 편측화는 인간에게 언어와 논리에 관한 기능이 좌뇌에 편향되어 부여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분리 뇌 소유자는 좌·우뇌의 피질의 연결이 끊어져 있어서 좌뇌와 우뇌가 각각 인지한 내용을 다른쪽 뇌의 피질에 전달해 주지 못한다. 이러한 결함을 이용하여 분리 뇌로 수행한 실험은, 인간의 해석기가 주어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판단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야기를 꾸며 내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해석기의 작동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서 합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이미지에 수정이 필요함을 보여 주는 한편, 생존에 유리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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