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진공 포장, 진공 보온병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몇몇의 물건 이름에는 ‘진공(眞空)’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익숙하게 여겨지는 단어인 진공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흔히 진공을 공기가 전혀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본래적 의미에서 진공은 물질이 전혀없는 비어 있는 공간을 뜻한다. 진공에 대한 과학사의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한다. 진공의 존재를 부정했던 그는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라는 명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내세웠는데, 첫째로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주는 연속된 물질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자연에는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물체가 이동할 때는 언제나 매질 속을 통과하게 되고, 매질의 농도가 높을수록 그 저항 때문에 물체의 속도가 느려지는데, 만약 매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진공이란 것이 있다면 물체의 속도는 무한정 빨라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일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으므로 진공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17세기에 갈릴레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 당시 금광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땅 위로 퍼내기 위해 펌프를 사용했는데, 물이 펌프의 관을 통해 10.3m까지는 올라가지만, 그 이상은 올라가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에 따르면 펌프를 이용해 관의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면, 이러한 진공 상태를 자연은 빨리 없애려 하기 때문에 물이 이 공간을 채우면서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갈릴레이는 이를 통해 자연에도 진공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갈릴레이의 제자 토리첼리는 한쪽이 막힌 1m의 유리관에 수은을 가득 채운 다음, 그 유리관을 수은이 가득 차 있는 그릇 안에 뒤집어 세우는 실험을 했다. 당시의 일반적인 생각처럼 진공이 없다면 수은 기둥의 높이가 변하지 않아야 했는데, 수은 기둥은 약 76cm의 높이까지 내려오다 머물러 있었다. 토리첼리의 실험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첫째, 수은 기둥의 위에 형성된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일 것이므로 진공의 존재가 입증된 것이다. 둘째, 수은 기둥이 일정한 높이에서 더는 내려오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은 대기압의 작용 때문인데, 그 대기압은 수은 기둥 76cm를 들어 올릴 힘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은 기둥 위의 공간에도 기화된 수은이나 수증기가 약간 들어 있으므로 토리첼리가 진공이라 명명한 것도 완벽한 의미에서의 진공은 아니었다. 완벽한 진공 상태를 만들고자 한다면 공기를 구성하는 기체 분자들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특정 공간의 기체 분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없애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후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실험 장비에서 얻을 수 있는 진공 상태라 하더라도 1cm3당 10,000개 정도의 기체 분자가 존재한다. 이와 같이 실제로 완전한 진공 상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공학자들은 대기압, 즉 1기압보다 압력이 낮은 상태를 진공이라 부른다.
진공을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경우에 목표로 하는 수준의 진공 정도를 만들었는지를 정량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는 해당 공간의 압력을 측정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 압력은 단위 부피당 기체 분자의 개수에 비례하는 값을 갖는데, 압력의 단위 중 하나인 Pa을 써서 기압을 나타내면 1기압은 약 105Pa이 된다. 이와 같이 압력은 진공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나타낼 때 활용된다. 이때 진공 게이지 혹은 압력계라 부르는 기기를 써서 1기압보다 낮은 압력을 측정한다. 진공 게이지 중 압력 차이에 의한 힘을 측정하는 부르동(Bourdon) 게이지는 대략 103Pa 이상의 압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부르동관은 그 단면이 편평한 타원형의 관을 C 자 모양으로 구부려 한쪽 끝을 고정하고 다른 쪽 끝은 폐쇄한 관을 말한다. 부르동관에 압력이 가해지면 부르동관은 한쪽 끝이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압력에 비례하여 관이 펴져서 모양이 직선에 가깝게 되고 압력이 낮아지면 원래대로 구부러지게 된다. 이처럼 부르동관에 압력이 가해질 때 그 변형 정도를 확대해 눈금판 위에 나타내도록 한 압력계가 부르동 게이지다.
또 다른 형태의 진공 게이지로 압력에 따라 뜨거운 필라멘트가 열을 빼앗기는 정도의 차이를 이용하는 열전대 게이지가 있는데, 이는 대기압부터 대략 10-1Pa 영역의 압력을 측정할 수 있다. 열전대 게이지에서 금속선으로 만든 필라멘트에 전류를 흘려서 가열하면 주변보다 온도가 높아지므로 열이 주위로 방출된다. 압력이 높으면 필라멘트 주변에 있는 기체 분자의 밀도 역시 높기 때문에 많은 수의 기체 분자들이 필라멘트에 충돌하여 열을 빼앗아 가게 된다. 반대로 압력이 낮아서 기체 분자의 밀도가 낮으면 열 손실도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동일한 전류를 흘렸을 때의 필라멘트의 온도를 재어 압력을 측정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로 진공의 존재를 부정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맞서 갈릴레이는 물이 펌프의 관을 통해 10.3m까지만 올라가고 그 이상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자연 상태에도 진공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하였다. 갈릴레이의 제자 토리첼리는 수은 기둥 실험을 통해 진공의 존재를 입증하였고, 이후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완벽하게 기체 분자들을 없애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진공은 1기압보다 낮은 압력을 가리키는 말로 정의되었고, 이 진공 상태를 측정하는 도구로 진공 게이지가 활용되는 데, 이에는 압력 차이에 의한 힘을 측정하는 부르동 게이지와 필라멘트가 열을 빼앗기는 정도의 차이를 이용하여 진공 상태를 측정하는 열전대 게이지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